무안 사고 1주기, Safety-II와 레질리언스로 항공안전의 “작동 방식”을 바꿔야 한다.
- 한국시스템안전학회

- 2025년 12월 28일
- 2분 분량
12월 29일은 제주항공 무안사고 1주기이다.
먼저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에게 다시 한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정부는 로컬라이저 지지시설 개선, 종단안전구역(RESA) 240미터 확보 또는 EMAS 도입 검토 등 긴급 안전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현장 공정은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일부 공항은 2027년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이 느끼는 불안은 “공사가 늦다”는 단순 감정이 아니라, “시스템이 정말 바뀌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저는 항공안전을 ‘시설 보강’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안전은 구조물의 강도가 아니라, 조직과 프로세스가 위기와 변동 속에서도 정상운항을 지속시키는 능력, 즉 레질리언스(Resilience)로 담보된다. 여기에서 Safety-II 관점이 중요하다. Safety-I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규명한다면, Safety-II는 “무엇이 평소에 잘 되도록 만들고 있는가”를 찾는다. 사고를 줄이는 방법은 처벌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정상운항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들을 체계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 항공안전 혁신은 다음과 같은 “작동 방식”의 전환이어야 한다.
첫째, 시설 개선은 필요조건이지만 핵심은 위험기반(Risk-based) 감독 시스템의 상시 작동이다. 보고·데이터·현장관찰을 통합하여 위험의 약한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고, 감독 자원을 고위험 영역에 집중하는 선제적 감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서류 중심 점검이 아니라, 실제 운항과 정비가 어떻게 변동을 흡수하는지를 확인하는 레질리언스 감사(Resilience auditing)에 가깝다.
둘째, 사고조사는 처벌이 아니라 학습을 위한 체계여야 한다. 조사기구의 독립성과 권고 이행 점검이 확보되지 않으면, 현장은 위험을 보고하지 않게 되고 시스템은 학습 능력을 잃는다. Safety-II의 핵심은 “사고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의 결과가 운영에 반영되어 정상운항의 성공 요인을 강화하는 것”이다.
셋째, 공정문화(Just Culture)는 안전문화의 장식이 아니라 필수 인프라다. 고의·중과실과 합리적 실수를 구분하고, 실수에서 학습할 수 있어야 보고가 늘고 데이터가 쌓이며, 예측과 예방이 가능해진다. 레질리언스는 ‘현장의 적응’을 통해 유지되므로, 현장이 숨지 않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국가 차원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넷째, AI·데이터 분석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 감독 역량의 표준이 되어야 한다. 안전은 사건이 터진 뒤에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 운영 데이터에서 위험의 징후를 읽고, 변동이 커지는 구간에 개입함으로써 유지된다. 이를 위해 데이터 표준화, 분석역량, 피드백 체계, 그리고 “개선 조치가 실제로 현장에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안전보증(Safety Assurance)의 루프를 완성해야 한다.
무안 사고 1주기는 우리에게 분명한 과제를 남겼다. 항공안전은 ‘더 단단한 구조물’이 아니라 ‘더 잘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Safety-II와 레질리언스 관점에서, 정상운항의 성공 요인을 강화하고, 변동을 흡수하는 능력을 제도와 감독으로 설계하며, 학습이 운영으로 되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발표가 아니라, 국가 항공안전 시스템이 실제로 달라졌다는 증명이다.
- 한국시스템안전학회 회장 권보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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